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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연주 그 이상의 감동을 위하여… IN CLASSIC 대표 정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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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래식 작성일 20-10-20 02:12 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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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본 한 여고생은 난생처음 음악에 푹 빠져버렸다. 피아노 앞에 앉아본 적도 없는 소녀에게 연주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30년도 더 된 학교 악기를 입에 대고 억척같이 매달린 끝에 단번에 음대 합격. 무언가에 꽂히면 얻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마는 이 여고생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무엇인가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그래서 더 억척스럽고 가열차다. 


글_김희돈 | 사진_김태환, IN CLASSIC



연주자 출신 청년 CEO


산뜻한 건물의 사무실엔 청년의 향기가 가득했다.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한 청년들을 지원하는 청년통합지원센터. 이곳에 둥지를 튼 ‘IN CLASSIC’ 역시 젊고 열정적인 청년 기업이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IN CLASSIC의 정인서 대표가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조금 피로한 모습, 방금 전까지 일에 몰두하던 모양새다. 컴퓨터 모니터엔 한창 작업 중인 파일이 열려 있다. 정 대표가 창업한 IN CLASSIC은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융합 공연을 기획하는 클래식 공연 기업이다. 2년 전부터 15명의 여성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100회 이상의 공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사무실에는 음악이 떠오를 만한 무엇인가가 전혀 없었다. 정 대표 역시 트럼펫 연주자의 아우라가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대신 기업을 건실하게 키우기 위해 ‘열일’하는 젊은 CEO의 모습만이 강렬했다.


“악기요? 연주가 없을 때는 사무실에 안 가져옵니다. 너무 무겁기도 하고요…. 하하하.” 



꿈에 닿다


정인서 대표는 여고생 시절 처음 트럼펫을 잡았다. 가정 형편이 녹록치 않아 그 흔한 레슨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자기 악기도 없다니. 하지만 정 대표는 선배들의 배려로 연주자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목표가 있으면 달려갈 뿐. 당차게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다행히 선뜻 손을 내미는 이들이 있었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결국 보란 듯이 음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현실의 문제는 여전했다. 음대생의 우아한 대학 생활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남의 얘기였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다시 억척같은 생활이 시작됐다. 새벽 우유 배달, 오후 카페, 저녁 호프집으로 옮겨가며 아르바이트를 이어갔다. 몸은 고됐지만 원망의 마음은 결코 들지 않았다. 그녀에게 가난은 조금 불편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4년 후 학사모를 썼다. 고진감래. 이어 은평구립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수석 연주자가 되었다.



안정보다 모험


안정적인 직장도 얻고 전공을 살려 연주자의 길도 걷게 된 정인서 대표는 나름 잘 풀린 케이스다. 그 무렵 그녀의 시선을 끈 곳이 있었다. 친구 소개로 알게 된 ‘엘 시스테마(El Sistema).’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이곳은 음악 치료를 통해 비행 청소년을 정서적으로 돕는 음악교육재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꿈의 오케스트라’로 이름을 알렸다. 정 대표는 돌연 안정적인 오케스트라를 사직하고 엘 시스테마의 강사로 직장을 옮겼다.


“2년 동안 일주일에 2번씩 평창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제 어린 시절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이었죠. 결손 가정 아이들, 햄버거를 처음 보는 애들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모나고 거친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보람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안정보다는 모험을 택하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오케스트라에서 2년 간 나름 좋은 연주를 했지만 뿌듯한 무언가를 엘 시스테마에서 찾았다고. 자신과 같이 어려운 유년기를 보내고 있는 그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꾸는 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정 대표는 연주자로 무대에 오르곤 했다. 그때마다 훌륭한 여성 전공자들을 만났다. 점차 정 대표의 눈에 그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들어왔다. 실력이 출중한데도 무대에 쉬 오르지 못하는 연주자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많았다.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렇게 IN CLASSIC이 시작됐어요. 또 하나의 모험이 추가된 셈이죠. 동료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함께 관객들을 행복하게 해줄 멋진 연주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정 대표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업가로 돌변했다. 창업 직후부터 ‘영업’에 기세를 올렸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홍보와 마케팅 기획을 위해 전문가를 수소문해 1년 간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제안서를 발로 뛰며 뿌렸다. 연주자가 공연을 따내기 위해 직접 제안서까지 만들어 뛰어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덕일까? 현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의외로 딱딱한 공무원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연이 잡히면 모든 연주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았다. 관객의 필요를 엄밀히 분석하고 맞춤식 공연을 준비했다. 연주자들의 복장도 기존의 블랙 일변도에서 화이트로 변화를 시도했고, 공연에 맞는 미술이나 문학과의 콜라보도 구현했다. 또 하나, 대중과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콘셉트의 공연도 시도했다. 


“관객분들은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그냥 단순한 연주겠거니 생각해요. 그런 분들께 그저 연주보다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남는 확실한 무언가를 드리고 싶었어요. 요즘 관객분들, 말하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마이크 건네드리면 정말 말을 잘하세요. 물론 관객들의 반응을 잘 이끌어내려면 공연의 퀄리티가 정말 좋아야 하죠.”


결과는 대성공. 공연 도중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생겼다. “왜 눈물을 흘리셨나요?” 공연 도중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소통한다. 보다 많은 관객에게 더 깊은 감동을 주기 위해 작가를 통해 글을 입히기도 하고, 음악을 통한 심리 치료를 하면서 그에 맞는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IN CLASSIC이 추구하는 ‘융·복합’ 클래식 공연이다. 연주자들 역시 무대 위에서 사회를 직접 볼 수 있을 만큼의 공력을 갖추고 있다. 


“관객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해요. 특히 뇌성마비 친구들이 보인 반응은 잊을 수가 없어요. ‘과연 들을까?’ 싶었는데 그렇게 진지할 수가! 병원에서의 공연은 항상 보람이 커요. 특히 보호자분들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실 때는 정말….”



다시 날갯짓 위해


신생 연주팀이었지만 한 해 동안 매주 1회꼴의 공연을 이어갔다. 함께하는 연주자도 늘었다. 클래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상적인 여성 기업이라는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그러다 코로나 19가 터졌다. 


“코로나가 복병이라고요? 아니요. 그 덕에 IN CLASSIC의 온라인 플랫폼을 확충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게 됐어요. 전공자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와 함께 온라인 공연, 아동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 아마추어 성인들을 위한 콩쿠르까지 준비하느라 더 바빠졌어요.”


현재 IN CLASSIC은 온라인으로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날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온라인에서 또 다른 날개를 만들 차례다. 더 많은 관객에게, 더 실제적인 감동으로 다가서겠다는 시도다. 예정대로라면 7월, IN CLASSIC의 첫 온라인 공연이 관객을 찾아간다. 


“클래식의 힘은 편안함에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의 힘이죠. IN CLASSIC이 삭막한 세상에 소소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저희 공연을 듣고 자아를 찾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정 대표는 CEO답게 회사의 5년 계획을 이미 다 짜놓았다고 했다. 문체부 소속의 사회적 기업이 되어 보다 다양한 이웃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단다. IN CLASSIC의 작지만 우아한 날갯짓이 시작되고 있다. 


[출처] [공유] [피플] 연주 그 이상의 감동을 위하여… IN CLASSIC 대표 정인서|작성자 인클래식 IN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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