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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여성 연주자의 꿈을 지키는 ‘인클래식’ 정인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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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래식 작성일 20-10-20 02:13 7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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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좋아 선택한 클래식 전공. 하지만 졸업 후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4년 내내 실력을 갈고닦아도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이기 때문이죠. 이에 많은 청년 연주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연주자 생활을 하더라도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인클래식은 경력단절 여성과 청년 연주자가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여성 멤버 15명으로 구성된 인클래식은 다양한 공연과 음악 교육 등의 프로그램으로 연주자의 꿈을 지키고, 세상에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무모할 정도의 열정과 꿈으로 시작한 음악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트럼펫을 전공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다 2019년부터 사회적 기업 인클래식을 꾸려가고 있는 정인서입니다. 경력 단절 여성, 청년 연주자로 이뤄진 14명의 멤버와 함께 챔버 오케스트라를 꾸려 음악교육, 장르 융·복합 클래식 공연 기획, 연주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트럼펫은 흔히 접하기 쉽지 않은 악기인데요, 이 악기를 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있던 언니들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 목관악기, 바순도 했었고 피아노도 배웠는데, 선배가 트럼펫을 하는 걸 보고 관심을 갖게 됐죠. 저한테는 단선율 악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또, 트럼펫이 생각보다 부드러운 매력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고1, 2학년 때에는 취미처럼 하다가 고3때 본격적으로 음악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가정에서 지원을 받을 환경은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에 있는 악기 중에 상태가 좋은 걸 찾아 연습하고, 선배들이 준 책으로 입시를 준비했죠. 입시 1~2개월 남았을 때는 한양대 음대를 무작정 찾아가서 알려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한 대학생이 한 달간 무료로 레슨을 해줬고 음대에 진학할 수 있었죠. 


Q. 음악을 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매일 음악만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만, 등록금이 급하다는 게 문제였죠.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체력이 달리더라고요. 학사 경고를 두 번이나 받을 정도였죠. 그래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어요. 졸업할 때가 되니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연주 활동을 계속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저는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할까 싶었죠. 연주 생활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학자금에 생계까지 현실이 녹록지 않았거든요. “확신이 안 들면 떠나보라”라는 말도 있으니, 일단 사무직으로 취직을 했어요. 그런데 3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죠. 사무실에서 일을 하니 흰 머리가 막 나더라고요.

Q. 다시 음악을 하게 된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한 3년 정도 프리랜서 연주자 생활을 했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안정적으로 연주자 생활을 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평창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는 친구가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매주 2회 평창을 가야 해서 잠시 고민했지만, 당시 하고 있던 일을 그만두고 꿈의 오케스트라에 들어갔어요. 2018년부터 지금까지 3년째 주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음악을 시작했던 때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게 내가 음악을 한 이유구나’ 싶을 정도로 기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여성 연주자들을 위한, 인클래식의 탄생 


Q. 안정적인 연주 생활,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던 중 인클래식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꿈의 오케스트라에 강사로 계시던 분들 중에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재능이 있는 분들이 일이 없다는 거예요. 갈 회사가 없으면 만들어보자 했죠. 그렇게 만든 게 인클래식이에요. 경력단절 여성과 청년 연주자들이 클래식 공연을 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제공되는 식이죠. 처음에는 뭐라도 되겠지 라고 생각으로 사무실도 없이 시작했어요. 지금까지도 사무실, 자본금, 서류, 법적인 것들은 몸으로 부딪쳐가며 배우면서 회사의 기틀을 다지고 있죠.

Q. 멤버들과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멤버들과 함께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만들고 있어요. 연주자에게 꾸준히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사업이 필요하니까요. 정통 클래식과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좀 더 친숙한 공연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또, 지금은 취미가 필요한 세대잖아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반려 악기’를 배울 수 있는 비대면 강의를 계획 중이에요. 이외에도 음악극, 뮤지컬 같은 음악 교육 프로그램, 아이들이 음악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Q. 그렇게 탄생한 것이 미술과 융합한 클래식 공연이군요.
네, 맞아요. 반 고흐와 모네의 그림과 클래식을 결합한 공연을 기획했을 때, 이 두 장르를 어떻게 보여 줄지, 둘의 접점은 무엇인지 찾는 데 집중했어요. 고흐와 모네의 삶을 들여다보고, 사랑에 빠졌을 때 그렸던 작품을 소개하고 사랑을 주제로 한 음악을 들려 드리는 식으로 공연을 구성했죠. 실제로 이 공연을 했을 때, 우는 관객도 계셨어요.

Q. 장르를 융합 공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멤버들과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어요. 각자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는 무엇이든 다 쏟아내는 자리를 마련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뜻밖의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제 경우에는 어떤 장소에 방문할 때 이곳이 연주 장소가 될 수 있을까, 연주한다면 어떤 사람이 들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다양한 경험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래서 미술관이나 전시회에도 자주 가는 편이에요. 또, 공연하고 나면 관객분들과 항상 대화를 해요. 어떤 공연이 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다 신기한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있죠. 


Q. 인클래식 공연,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저희가 하는 공연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어요. 지금까지 했던 활동 연혁, 계획 등을 여기에 다 업로드 할 예정이에요. 유튜브 채널 안 만드냐 말도 많이 듣는데, 라이브와 스트리밍은 아무래도 음질, 음향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민 중이에요. 앞으로 만들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공연을 통해 저희 공연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입니다.

Q. 사업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어려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업을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류 작업이나 사무실을 구하는 것들이 낯설고 어렵기도 했어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니까요. 그래도 아직은 일단 해보자, 라는 생각이 강해요. 망한 경험도 내 것으로 남기 때문에 망한 게 아니다. 이런 마인드로 임하고 있죠. 사업을 하는 데에도 경험이 중요하니까요. 


공감과 치유의 음악을 들려주는 ‘인클래식’을 꿈꿉니다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으신가요?
들으면 신나고 슬플 때 들으면 눈물이 절로 나오는,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요. 이게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영상에서 즉흥 음악을 듣고 신나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어요. 음악이 시작된 지 2분도 안 됐는데, 그렇게 된 거예요. 저도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음악으로 즐거움뿐만 아니라 위로도 전해드리고 싶고요. 우는 것도 치료의 하나인데, 사실 울 기회도 많이 없잖아요. 음악으로 그런 치유의 시간을 드리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은 회사를 구축에 좀 더 포인트를 두고 있어요. 꼴을 갖추는 단계니까요. 가장 단기적인 계획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거예요. 음질, 음향 문제를 해결해 꼭 대면으로 하지 않아도 질 높은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꾸준히 공연하면서 실력을 갖춘, 신뢰감 있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드릴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으로는 미혼모를 후원할 생각입니다. 미혼모 대상으로 한 연주를 하러 갔었는데, 지원제도가 정말 약하더라고요. 


Q. 15년간 음악을 해왔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이건 최근에 바뀐 대답인데, 최근에 함께 일하는 멤버 중 한 분이 제게 고맙다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는 관객, 연주 대상에만 집중했거든요. 인클래식을 만든 이유가 연주자들이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하자는 거였는데, 정작 같이 하고 있는 분들을 돌아보지 못했던 거죠. 옆에서 함께 일하고 있으니 몰랐던 거예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분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인클래식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요즘은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차요.

Q. 이렇게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 일을 하면 행복해요. 공연을 본 관객의 반응이나 연주회의 분위기를 보면서 ‘내가 이래서 이걸 했지’ 매번 깨닫게 되거든요. 그래서 공연이 없으면 제 사비를 들여서라도 연주를 만들어요.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음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도 인클래식을 통해 꾸준히 음악을 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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